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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만성통증은 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낫지 않을까요? 이 글에서는 잘못된 움직임 패턴과 감각 통합 장애가 통증을 유지시키는 과정을 운동학적으로 풀어드리고,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재활 전략까지 안내합니다.
“예전에는 금방 나았는데 요즘엔 잘 안 낫는 것 같고 몸이 주변까지 뻐근하게 아프네요.”
60대 여성 환자분이 저한테 했던 말입니다. 발목 염좌 이후 통증은 줄어든 줄 알았는데 몇 주가 지나도 계단 내려갈 때 불안하고, 오래 서 있으면 반대쪽 무릎까지 뻐근하다고 했죠. 염증은 거의 사라졌지만, 몸은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움직이려 할 때마다 다시 다칠까 봐 겁이 난다고도 하셨어요. 이런 말, 아마 경험해 보셨다면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이 시기의 환자들은 통증보다 움직임이 무서운 느낌을 더 크게 호소합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어느새 움직임 자체를 회피하고, 특정 근육을 쓰지 않는 습관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이때부터가 바로 만성통증의 시작입니다. 단순히 염증이 남아서가 아니라, 몸이 잘못된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에요.겉은 나아 보이지만, 안쪽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 만성통증은 염증이 아니라 신경계의 패턴이 잘못 학습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만성통증은 단순한 염증이 아닙니다
통증이 오래가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염증이 안 없어진 거죠?”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만성통증은 단순한 염증 때문만은 아닙니다.
처음 다쳤던 조직은 실제로 이미 회복되었거나, 거의 다 나았을 수 있어요.
그런데도 통증이 계속되는 건, 우리 뇌와 신경계가 통증에 ‘과민하게 학습된 상태’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통증을 느끼는 회로가 고장 난 상태죠. 이걸 중추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원래는 ‘세게 눌러야 아픈 자극’이, 지금은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아프게 느껴지는 상태가 된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처음 아팠던 부위 외에 다른 부위까지 통증이 번지거나, 심지어 아무 자극이 없는데도 뇌가 스스로 통증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이런 신경계 변화는 감각뿐 아니라 움직임에도 영향을 줍니다.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받으면, 뇌는 "움직이면 더 아프겠다"는 공포 반응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면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더 굳히고, 움직임을 줄이게 되죠. 특정 근육을 사용하지 않게 되고, 균형이 무너지며 자세까지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예를 들어, 허리 통증이 오래된 환자분들은 대부분 배에 힘을 주거나 허리를 꼿꼿이 펴는 걸 무서워하고, 대신 무릎이나 어깨에 힘을 실어 버티려 하죠.
발목을 다친 환자는 반대쪽 다리에 체중을 실으며 걷거나, 발을 바깥쪽으로 비틀어 딛는 보상 동작이 생깁니다.
이런 보상 패턴은 점점 습관이 되어 굳고, 결국엔 다른 부위까지 아픈 몸이 되어버립니다.즉, 이 시기의 통증은 더 이상 단순한 신체 문제만이 아니라, 신경계와 뇌, 감정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통증이 어디서 시작됐느냐보다, 지금 내 몸이 통증을 어떻게 기억하고 반응하는가를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급성기 통증은 만성 통증과 전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만약 통증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이전 글에서 급성기 운동 접근법을 먼저 확인해보세요.
움직임을 피하면서, 운동 제어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몸이 아플 때 무의식적으로 움직임을 피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그 회피가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씩 지속된다면, 몸은 그 상태를 새로운 정상으로 학습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운동 제어 시스템이 무너지는 시작점입니다.예를 들어볼게요.
발목을 다친 환자가 통증을 피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바깥쪽으로만 딛거나,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고 걷는 보상 동작을 반복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렇게 잘못된 움직임이 반복되면, 관절의 고유감각 수용기(자세와 위치를 감지하는 센서)는 정확한 정보를 보내지 못하게 되고, 뇌는 엉뚱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효율적인 운동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그 결과, 근육은 본래의 타이밍에 수축하지 못하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부위가 반응하지 않게 되죠.
예를 들어 허리 환자는 몸통의 중심근육(가로배근, 다열근 등)을 거의 쓰지 못하고, 대신 허벅지나 목 주변에 힘을 과도하게 주는 보상 패턴을 갖게 됩니다.
이런 움직임은 겉보기에 괜찮아 보여도, 자세는 무너지고 긴장도는 올라가며 오히려 다른 부위에 새로운 통증을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 됩니다.운동학적으로 볼 때, 이 시기 사람들은 단순히 근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 어떤 근육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건 단순한 근육 문제가 아니라, 감각 입력 → 중추 처리 → 운동 명령 → 피드백 조절이라는 복잡한 운동 제어 회로 전체가 흐트러진 결과입니다.그래서 만성통증 환자에게는 단순한 스트레칭이나 근력 강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몸이 올바른 움직임을 ‘다시 배우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감각 정보가 다시 정확하게 흐르도록 신경계를 재조직하는 것입니다.감각 통합 훈련이 통증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운동 제어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건 근육이 약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움직이기 전에 항상 감각 정보를 먼저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근육을 어느 정도 사용할지 정합니다.
그런데 만성통증 환자들은 이 감각 정보 자체가 흐릿하거나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뇌는 엉뚱한 신호를 받고 잘못된 명령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그래서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감각 통합(sensory integration)을 다시 정리 정돈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발목을 다친 환자라면, 다친 부위를 계속 피해서 걷다 보니 발바닥의 촉각, 관절 위치감각, 미세한 압력에 대한 민감도가 줄어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바로 근력운동을 시도하면, 뇌는 여전히 정확한 위치나 균형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움직임을 지시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움직일수록 더 불안해지고 통증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거죠. 그래서 이런 감각 통합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아주 기초적인 자극부터 천천히 다시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촉각 자극: 수건, 폼롤러, 고무공으로 손상 부위를 가볍게 문지르거나 누르기
- 고유감각 자극: 발바닥 감각판, 불안정한 지면 위에서의 체중 싣기
- 시각·전정 통합: 눈 감고 한 발로 서기, 고개 회전과 함께 팔 움직이기
- 호흡과 체성감각 연결: 배꼽 주변 깊은 복식호흡을 통해 몸 중심 감각 재인식
이처럼 감각을 깨우고 정돈하는 과정은 근력운동보다 훨씬 섬세하고 느려 답답할 수 있지만, 뇌가 다시 몸을 ‘안전한 상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를 거쳐야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움직임 훈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움직임은 다시 배워야 합니다, 뇌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통증이 오래된 몸은 단순히 ‘근육이 약한 몸’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움직임을 잊어버린 몸,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불안한 뇌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만성통증을 가진 환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무작정 운동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다시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근육을 자극하지만 이때 배우는 대상은 근육이 아니라 뇌입니다.운동학적으로 보면, 움직임이란 감각 입력 → 뇌의 해석 → 근육 반응이라는 복잡한 순서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움직임을 올바르게 회복시키기 위해선 올바른 감각 자극을 여러 번 뇌에 입력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낮은 강도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야 뇌가 이건 아프지 않구나, 이 정도는 안전하는구나라는 인식을 회복하게 되고, 그때부터 진짜 회복이 시작됩니다.우리는 이걸 위해
- 작은 움직임부터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단계별 운동 설계,
- 통증 없는 범위에서의 성공 경험 축적,
- 호흡과 움직임, 감각 자극의 통합을 꾸준히 유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만성 허리통증 환자에게도 처음부터 코어 강화운동을 시키지 않고, 먼저 배꼽 주변의 미세한 수축 감각을 찾아내는 훈련부터 시작합니다. 그게 움직임의 진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성통증은 시간과 함께 자리 잡았기 때문에, 회복도 시간을 두고 다시 만들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반복하는 것, 그리고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지금 내 몸이 너무 낯설고, 불편하고, 불안하게 느껴지신다면 오늘 소개한 방식대로 작은 움직임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세요.
움직임은 두려운 통증의 적이 아니라, 회복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운동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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